<2016.11.05>
오늘은 날씨가 맑음인데??
이동네 항상 우중충한 날씨로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바다만큼 커다란 호수가 있어서 항상 바람이 불고 구름이 끼는 날씨라고 하던데..
뭐지..완전 맑음인데??
이른 아침에 일어나서 조용한 리빙룸 안에서 커피한잔을 해본다.
이게 허새인건가..-ㅂ-.. 크크크
따뜻한 햇살도 좋을 것 같고.. 날씨가 오늘도 도와줄라나?
따뜻한 아침을 챙겨먹고 다시 타우포에서 네이피어쪽으로 오늘은 간다.
음...날씨가 갑자기 바꼈네..-_-?
역시나 엄청난 타우포 날씨변화다.
뭐 그래도 빗방울 떨어지지 않는게 어디인가? 고맙다.
오늘도 국도번호 5번을 따라서 열심히 페달을 밟아 올라간다.
아마도 오늘 아니면 내일 타우랑가에 도착했을 때처럼 어마어마한 힐을 두개쯤?
넘어야하니... 이정도 맞바람과 이정도 힐이라면 이제는 어느정도 익숙해 진 것 같다.
라고 쓰고 있지만 짝꿍님은 어떨지 모르겠다.
'어때?? 이젠 좀 탈만해??'
오늘은 바람이 좀 많이 불었나보다.
소들도 추운지 바람을 피할 수 있는 언덕 구석에 모여서 바람을 피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바람을 친구삼아 자전거를 타고 있을 뿐이고..
평소와 다른 좀 황량한 풍경이 계속된다.
그리고 바람이 이제는 뒤에서 불어오기 시작한다.
그렇게 바람이 조금 멈추는게 느껴져서 자전거를 길 주변에 잘 주차해 놓고,
늦은 점심을 먹는다.
같은 방향으로 가는 오토바이 여행자들의 응원을 받으며 점심을 먹었다.
부럽군...-ㅂ-..
네이피어까지 82km정도 남았네.
짝꿍의 표정은 아직 체력이 남아있는 것 같아보인다.크크크
'우리 오늘 저거 다 타는거에요?'
'오늘은 저거 반만큼만 갈꺼에요.'
반도 살짝 못가서 멈추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렇게 우리는 네이피어 가는길 중간쯤에 위치한 타라웨라커피숍 앞의 무료 캠핑장에
텐트를 폈다. 자전거와 다른 짐은 그 카페를 관리하는 짐의 집 안쪽에 넣어놓았다.
그리고 짐이 알려준 천연자연온천에 가서 그동안 열심히 힘들었던 몸도 노곤하게 풀고,
조금은 긴장속에서 잠을 잤다.
<2016.11.06>
새벽녘에 러시아 형들의 목소리와 담배냄새, 그리고 오토바이 소리가 들려서
잠깐 잠을 깼긴 했지만, 그래도 두번째라 그런지 나름 푹잤다.
카페주인장 짐이다.
어제 이야기를 할 때 아침에 커피한잔 줄테니 하고 가라고 했었다.
뭐..나는 본능적으로 무언가를 누군가 하고 있으면 도와주는 습성이 있다.
짐이 가게 오픈 준비하는 것을 도와줬다.
그래봐야 의자 몇개 밖으로 날라주는게 전부였다.
'너희 토스트 좋아하니? 아침먹고 가.'
'엥?? 진짜요??!!'
그렇게 커피와 각종 잼들과 토스트를 아침으로 줬다.
아마도 처음으로 카페에 앉아서 현지인과 이야기를 하며
따뜻한 아침을 먹었다.
짐은 어디가면 메일이나 한통쓰라고 메일주소를 알려줬다.
'고마워요 Jim!! 따뜻한 아침 고마웠어요!!
메일 꼭 쓸께요~!!'
오늘은 뒷바람이 분다고, 네이피어까지 두시간이면 갈 것이라고 이야기해줬다.
그렇지만 2개의 큰 힐과 2개의 작은 힐이 있으니 조심히 안전하게
잘 넘으라는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오늘도 오르막은 느림보 달팽이 속도지만,
영차~ 영차~ 포기없이 오르는 모습에 역시 강해진 짝꿍의 모습을 보았다.
'힘내~ 오르막 달팽이 짝꿍님!!.'
첫번째 높은 힐을 넘었다.
휴우.. 힘드네..크크크
잠시 쉬었다 갑시다~!
그렇게 큰 힐을 하나 넘고 내리막길을 조심조심 내려가는 도중에 쉼터를 발견했다.
쉼터를 발견했으니 조금은 이른 시간이긴 하지만
그래도 점심을 먹고 갑시다~
그렇게 잠시 충전을 한 후 다시 두번째 높은 오르막을 향해서..
이놈의 뉴질랜드 힐은 정말 적응이 안된다. 크크크
두번째 높은힐도 먼저 올라 짝꿍님을 기다렸다.
그래도 쉼없이 천천히 오르지만 열심히 올라오는 모습의 뒷모습을 찍어줬다.
역시나 높은 힐을 오르고 나면 잠시 물을 마시고 내리막을 내려간다.
내려가던 도중에 쉼터는 보이지 않아서 그냥 길바닥에 앉아 쉰다.
이래서 자전거 여행자들이 아무 곳에서나 자전거 잘 기대어 놓고 쉬는구나.
크크크
우리도 이제는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는건가?
길가에는 이렇게 사고가 났었던 위치에 추모를 해놓았다.
이런걸 보면 약간의 묵념과 조금은 더 조심히 타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고
다운힐을 아까보다는 더 조심히 조심히 내려간다.
네이피어 근처에 다 왔나보다.
바다가 보이고 검은 모래 해변이 보인다.
저기 보이는 곳이 네이피어.
오늘은 웜샤워 호스트집으로 가는 날인지라
역시나 길 한번 확인하고, 해안가를 따라서 잘 되어있는 자전거 길을 타고,
조금씩 울렁울렁 거리는 길을 즐겁게 달린다.
오호... 이마을은 크리스마스 트리는 따로 안만들어도 되겠는데?
가로수 자체가 크리스마스 트린데?
길을 가다가 만난 냥님.
언제 나를 봤다고 뒤집고, 앞에서 만저달라고 뒹굴뒹굴~
ㅎㅎ
뉴질랜드는 참 모든 것이 다정하게 다가와 주는 것 같은 하루다.
그렇게 칼과 케이트의 집에 도착했다.
마지막 자기집에 오는 언덕길이 힘들지 않았냐고 물어봐주고
저녁도 맛있는 그린커리를 뉴질랜드 스타일로 만들어서 함께 먹었다.
<2016.11.07.~ 2016.11.08.>
둘은 신혼 부부처럼 즐겁고 알콩달콩 즐겁게 사는 선생님 부부 호스트다.
두부부는 출근하고,
나는 자전거 정비를 먼저하고, 짝꿍님은 쉼을 담당했다.
칼과 케이트의 주방은 참 마음에 든다.
나중에 집을 만들 때 참고해서 지어야겠다.
칼은 전에 자전거 선수였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곳에서 오랫동안 생활을 해서 많은 길을 알고 있었고,
많은 도움을 줬다.
그리고 베이킹을 좋아하는 칼의 맛깔라는 디저트도 너무 달콤하니 좋았다.
'고마워요 칼!! 앞으로는 조금은 덜 조급하게 천천히 여행을 더 즐겨볼께요!'
원래는 이틀만 지내고 가려고 했는데, 출발하려는 당일에 엄청난 돌풍이 불었다.
그러자 칼이 오늘하루도 머물다 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기는 오늘 사이클 모임있다고 카본로드 타고 나갔다.
그리고 그의 아내 케이트는 자전거타고 귀가했다.
-_-..
뭐지.........이 커플......
그래서 우리는 하루 더 머물고 출발했다.
인사하고 났더니 하루를 더 머물렀고, 흥쾌히 머물게 해준 칼~ 고마워요~
그런데 이 기분은 뭘까.. 가고싶지만 자연의 힘 앞에서는 한없이 초라한 우리였다.
그래서 그런지 다시한번 다운되어버린 기분들...
칼은 신경쓰지 말라고 했지만, 그래도 뭐지 이 기분은..
나만 그런 가.. 했는데...
역시나 짝꿍도 같은 기분이란다.
자전거 타다보면 이기분이 다시 풀릴까? 아니면 처음 찾아오는 장기여행의 슬럼프일까?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