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0.24.>
길다면 길었고, 짧다면 짧았던 준비 기간을 거치고
드디어 우리둘은 장기 백수가 되었다.
이제는 우리의 꿈을 실현 시키기 위해서 역시나 많은 부분을 희생하고,
주변 분들의 도움을 받아서 겨우겨우 시작할 수 있었다.
(역시나 한쪽이 꿈을 꾼다는 건 그만큼 반사작용이 일어나는 것인 것 같다.)
특히나 가장 큰 부분인 나의 사랑하는 냥님(상실이)의 거처 마련과
장기 탁묘를 흔쾌히 허락해 주신 채민영 팀장님께 다시 한번 고마움의 인사를 전합니다.
그렇게 집을 정리하고, 지금까지 함께 했던 모든 것을 정리한 다음
바쁘게 하루하루 흘러가기 시작했고,
티켓을 발권해 놓은 날짜가 다가왔고, 여러가지 시행착오를 겪었던
전국일주를 뒤로하고,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돌아오는 티켓없이, 이렇게 많은 짐을 가지고 도착해본적은 처음이다.
진짜로 가는구나..라는 느낌과 꿈속에서 걸어다니는 것 같은 느낌이 동시에 든다.
그래도 일단 이렇게 많은 짐에 대해서 빨리 빈몸이 되고 싶은 마음이 먼저다.
짝꿍님은 줄을 서고, 나는 밖에서 짐들을 카트에 올려놓고,
짝꿍님의 티켓발권 차례가 되길 기다리고 있다가 잽싸게 합류해서
수화물을 무사히 보냈다.
뉴질랜드에서 별탈없이 만났으면 좋겠다는 희망과 함께
그렇게 서둘러 도착해서 수화물도 보냈는데..
왜 이렇게 공항에 사람들은 많은건지.. 다들 좋은 곳으로 가나보다..
열심히 출국심사를 마쳤다.
이젠 정말 가는거다!!
부랴부랴 마지막 만찬을 즐기러 라운지에 도착해서
15분만에 양가에 전화를 하고, 마지막 한국에서 만든 음식을 흡입한다.
나를 무사히 콸라룸푸르까지 태워다 줄 에어아시아.
무사히 탑승동으로이동했다.
진짜 이렇게 시간에 쫓겨가며 다니는거 딱 질색인데...
하아.. 시작부터 쉬울리가 없지.
무사히 비행기에 올랐다.
애증으로 가득한 에어아시아.
우리는 전혀 먹을 것을 사먹지 않을 것을 알기에 그냥 팜프렛만 열심히 들여다 본다.
박지성군은 몇년짜리 계약을 했기에 아직도 저게 있는걸까?
짝꿍님도 아직은 들뜬 분위기다.
역시나 잠잘 준비까지 완벽하게 하고 계신다.ㅎ
우리는 두번의 환승을 통해 뉴질랜드의 오클랜드 공항으로 입국하게 된다.
(두번의 환승이 그렇게 힘든 것인 줄 정말 몰랐다.)
첫번째 환승인 콸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의 첫 환승대기.
벌써부터 허리가 아프구나.
첫번째 환승을 위한 출국 심사를 마치고 비행기에 타기위해 대기 중.
이때 여권을 확인하던 사람이 한국어로 물어본다.;;
'일? 놀러? 출국 티켓 보여줘'
헉스... 완전 한국사람 발음인데?
대답을 한국어로 할 뻔 했다. 크크크
그렇게 작은 이벤트와 함께 대기하다가 두번째 비행기에 오르고,
자리를 잘 선점해서 3명의 좌석에 짝꿍님과 나는 각각 누워서 두번째 환승 공항인 골드코스트 공항으로 날아간다.
<2016.10.25>
부스스...선잠자다 깨어났다.
스튜어디스 누나(?)들이 뭔가를 나눠준다.
뉴질랜드 입국심사카드군.
'음....이거 완전 레포트 수준이군...;'
영어도 잘 못하는데 영어랑 담 쌓고 살아온 세월이 얼만데..크크크
그래도 바로 튕겨서 돌아갈 순 없으니까 머리 쥐어 뜯으며,
열심히 작성했다.
그렇게 두번째 환승공항인 골드코스트 공항에서 잠깐 내린 다음,
줄서서 한바퀴 돌고, 다시 그 비행기를 탔다.
아마도 호주에서 뉴질랜드로 가는 사람들 더 태우기 위해서 도는 것 같았다.
누워 왔던 자리에도 사람이 타서 가득찬 비행기로 오클랜드 공항으로 간다.
이젠 눕지도 못하고 꼼짝없이 가야겠군.
옆에 앉은 아가씨(?)가 몇시간 걸리냐고 영어로 물어본다.
'내가 듣기엔 2시간 30분쯤 날아갈꺼라는데?'
라고하니
'고마워'
첫 외국인과의 대화 종료.
유후~ 그래도 단어는 몇개 들리는데? 크크크
입국도장은 너무나도 쉽게 받고(?)
수화물은 언제 나올까..라고 생각하며 수화물 찾는 곳에 도착하니
이미 내 수화물은 하나도 빠짐없이 먼저 나와있었다.
'대형 수화물은 이런건 편하군.'
굴러다니는 카트 2대를 주워서 자전거와 짐을 카트에 올린다.
뽀개질 듯한 허리를 부여잡고, 수화물 검사를 하러 가는 도중 여권을 분실했다.
순간 나의 멘탈은 날아갔고, 짝꿍님에게 짐을 지키게한 다음,
나는 역으로 다시 올라가고 있는데, 짝꿍님이 여권 찾았다고..하아...;;
나의 부주의;; 다행이다.
정신 더 바짝 차려야 겠다.
도착하자마자 대사관 미팅을 할뻔 했다.
짐검사는 간단히 X-ray통과만으로 잘 넘어갔다.
밖은 뉴질랜드 봄비가 내리고 있었고,
자전거는 어디서 조립하는지 조차 몰랐다.
하지만 공항이 그리 크진 않아서 돌다보니 자전거 조립에 필요한 공간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자전거를 조립해도 비가오면 타고 싶지 않았지만,
비가 7시에는 그친다는 일기예보를 접하고,
정신도 차릴겸 천천히 느긋하게 조립을 하는 도중,
짝꿍님은 뉴질랜드 유심을 사러 다녀왔다.
조립을 모두 마치고, 혹시나 누군가가 자전거 박스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서
조립대 앞쪽에 가지런히 새워놓았다.
청소 하시는 분도 치우기 편하시겠지?
그렇게 2대의 자전거를 모두 조립하고,
뉴질랜드 유심의 구입과 개통을 마쳤고, 모든 장비가 육안으로 보기에는 이상이 없어보인다.
다행이다. 싶었다. 얼마나 마음을 조이진 않았지만,
그래도 나름 계속 신경은 쓰고 있었을 테니까.
(달성보 민박 사장님이 주신 자이언트 물통은 바닥이 깨져서 버렸다.
물통.....흑...)
저녁 7시가 되자 정말 거짓말처럼 비가 그쳤다.
다행히 해가 길어서 시작부터 깜깜하진 않았다.
'그래 10km만 어떻게든 가보자.'
그렇게 어스름하게 변해가는 낯선 땅에서의 첫 라이딩이 시작되었고,
다행히 우리는 예약해 놓은 숙소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뭐 사온 것도 없으니, 준비해온 비상식량으로 저녁을 먹고,
그렇게 첫날에 잠이 들었다.
왜 무게가 남는데 한국음식 사가지 않냐고
어서 구입해서 챙겨가라고 이야기해준 현주씨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여기서나마 합니다.크크크
안사갔으면 첫날부터 굶을뻔 했었네요.ㅎ
아직도 정신도 없고, 시차적응도 모르겠고,
숙소에서 스탭으로 있는 듯한 외국인 남자애의 영어는
전혀 귀에 들리지 않는다.
6개월동안 하루에 1시간씩 꾸준히 했는데 크크크
큰일났다.
<201610.26>
그렇게 첫날은 어떻게 잤는지, 어떻게 깨어났는지 모르게 다음날 아침이 왔다.
일단 잠은 잔 거 같고, 뉴질랜드는 자전거 버스나 기차에 무료로 가지고 탈 수 있다는 이야기에
오클랜드 시내 구경도 할 겸, 환전도 더 할 겸, 필요한 물품도 알아볼 겸해서
아침먹고 바로 자전거 타고 숙소에서 출발~
숙소의 스탭이 알려준 Manukau Station.
이곳에서 티켓을 사고, 역으로 자전거를 끌고 들어간다.
역무원이 이쪽으로 들어오라며 길까지 안내를 해준다.
'오호.. 좋은데? 자전거 가지고 다닐만 하겠어.'
우리는 일단 편도 티켓만 구입을 하고, 기차에 오른다.
그사이에 한차례 비가 또 내린다. -_-.
숙소의 스탭이 이야기하길..
'날씨 원래 이래. 1년에 250일은 이런 날씨야.'
그럼.. 비가 왔다 그쳤다..하는 날씨가 250일이라면..
자전거를 타고 비를 맞을 확률이 80% 가까이 되는 건데..
우중 라이딩은 싫은데... 잘못 된 선택인가...
그럼 그 많은 사람들은 모두 비를 맞으며 자전거 타는 걸 즐기는 사람들이였던걸까..
라는 생각을 하며 기차에 올라 이생각 저생각을 해본다.
저렇게 자전거를 놓을 수 있는 공간이 표시되어 있고,
안쪽에 자전거를 묶으라고 끈이 있었는데,
나는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자전거가 넘어지는 참사가...
하아.. 쉬운게 하나도 없네 크크크
그래도 무사히 오클랜드 시내 중심부에 도착했다.
보통 뉴질랜드의 도시 중심에는 관광국가답게
i-site가 도시의 중심에 위치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도시의 중심부에서 정보를 얻고,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이동을 하며,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우리도 짝꿍님이 I-site에 도착해서 필요한 브로셔를 확보하는 동안,
나는 밖에서 자전거를 더 정비했다.
(이눔의 자전거 정비는 끝이 나질 않는다. 흐흐.
이 성격을 고쳐야 하는데.. 그게 쉽지가 않다.)
대부분의 시내 중심에는 저렇게 자전거가 다닐 수 있는
자전거 전용 도로가 존재하고, 도로가 없는 경우에도
자전거가 특별히 큰 잘 못을 하지 않는 한
자동차 운전자들의 이해심과 배려심은 속된표현으로 쩐다.-_-b
그런데 이상하다.
새로운 도시에 도착했고,
날씨는 미친x 널뛰는 날씨로 비가 내렸다.
해가 떴다가 반복되고 있지만,
분명 날씨 탓 만은 아닌거 같은데...
기분이 왜 이렇지?
전혀 신이 나질 않는다.
오히려 비행기 안에 있을때가..
인천공항에 있을 때가 더 신이 났던거 같다.
나만 이렇게 다운되어 있는 줄 알았는데 짝꿍님도 같은 기분이란다.
'우리 그냥 돌아갈까요?'
라는 말은 서로에게 했지만, 그래도 뭔가 아쉬움이 남아서 일까?
그래. 돌아가자. 라는 말은 둘다 하지 않았다.
그렇게 우울한(?) 기분을 가지고 다시 기차에 올라타고,
숙소와 가장 가까운 다른 역에 내려서 어제 타고왔던 길로
다시 자전거를 타고 갔다.
뭘까.. 여행을 몇번 다녀보지 않은 우리도 아니고,
항상 힘들었지만, 여행을 하면 새로운 나라에 도착하면,
항상 즐거운 기분으로 시작하고 가는 날이 아쉬웠었던 우리였는데..
뭐가 잘 못된 걸까? 무엇이 문제인 걸까?
원래 시작은 이런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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