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1.10.>
지금까지 전망이 가장 좋은 방에서의 하룻 밤이였다.
에어매트리스 위에서도 편안하게 잘 잤다.
일단 잠잤던 공간이 거실인지라 ㅎㅎ
에어매트리스를 정리한 다음 가구를 원상복귀를 마쳤다.
'좋은 아침이야~ 오늘은 뭐할꺼니?'
라며 이사벨이 아침인사를 건냈다.
'음.. 오늘 가까운 헤이스팅스 가서 놀다가 올께.^^.
그리고 오늘 저녁은 한국음식 만들어줄까?
그런데 요리는 잘 못해. 괜찮겠어?'
라는 말에 한국음식 먹어본적 없다며
재료는 있으니까 다 사용해도 된다고,
엄청난 기대감을 보여줬다.
-_-;
부담스럽지만 한 말이니까...
그럼 다녀 올께요~
칼의 집에서 마지막으로 노트북 전원이 들어오지 않는 사실을 알았다.
그래서 헤이스팅스에서 전자제품 판매점을 찾아서 전원을 연결해서
고장원인을 파악해 볼겸 마을 구경도 할 겸 출발했고,
전자제품 판매점에가서 노트북 전원을 바꿔 연결해 봤지만
전원이 들어오지 않았다.
이런 젠......
그래서 남은 시간은 도서관을 찾았다.
한적한 도서관에서 이것저것 루트와 수리점을 알아본 다음에
역시나 웰링턴 정도의 도시에 들어가야 뭔가를 할 수 있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동안은 이제 완전 짐짝이네 크크크)
여기도 도서관 앞에 마우리족의 여러 정승들이 다양하게 전시되어 있었다.
그렇게 짧은 나들이를 마치고 저녁을 준비했다.
메뉴는 비빔밥이였고,
마이크와 이사벨은 엉망인 퀄리티의 요리에도 감동하며 즐겁게 비빔밥을 즐겨주었다.
그리고 우리는 앞으로의 자전거 여행 루트를 문의 했고,
친절하고 소상하게 마이크는 자신의 기억과 인맥을 동원해서
웜샤워 호스트를 추천해주고,
남섬에 있는 자신의 친구집에 반 강제로 우리가 머물 수 있도록 연락도 해줬다.
또한, 너희들 짐이 너무 많아보인다며, 남섬은 북섬보다 힐이 더 많으니까,
당장 필요하지 않은 짐들은 내려놓고 가라고 한다.
마이크가 조만간 크라이스트처치에 비행기타고 갈일이 있는데,
크라이스트 처지에 살고 있는 마이크의 쌍둥이 동생의 사위(무려 한국인!!)집에
짐을 맞겨놓고 출국전에 찾아서 가라고 했다.
그렇게 신기하게도 우리는 처음으로 뉴질랜드에 결혼해서 정착하여
살고 있는 한국인 우기씨와 통화도 했다.
우리는 단순히 여행자인데, 왜 이렇게 잘해주시나요!!!
고마울 따름입니다!!!
그렇게 담소를 나누며 두번째 밤이 깊어갔다.
'안전하게 여행하고, 앞으로 어디로 이동하면 간단하게나마 text라도 보내줘.
우리는 너희를 항상 응원하고 있단다.'
뉴질랜드에 새로운 엄마와 아빠가 생긴 기분이였다.
<2016.11.11.>
그렇게 3번째날 아침이 되었다.
여전히 이집의 뷰는 멋지다.
이사벨은 아침에 요가를 가야해서 우리에게 먼저 작별 인사를 했고,
마이크가 우리를 배웅해 주었다.
하지만 여전한 크기의 짐들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
크크크 괜찮아요~ 지금까지도 잘 탔고, 이제 한층 더 가벼워졌다고 이야기를 해도
마이크의 한숨은 한번 더 나왔다.
'잘 쉬고 가요~ 마이크, 이사벨~ 또 만나요~.'
아침해가 떠오르고 멋진 곳에서의 좋은 기억을 가지고 다시 길로 나섰다.
힐 위에서 내려다보는 뷰는 어디에서 봐도 참 멋진 것 같다.
내 허벅지는 터질 듯이 아파오지만 말이다.
그렇게 마이크가 추천해주고 검증해 준 올드 로드를 따라서
한적하게 풍경을 즐기며 라이딩을 했다.
올드 로드쪽에는 저렇게 자전거와 도로를 나누는 거라며,
표지판이 설치되어 있다.
그리고 목장의 소떼를 옮기는 장면도 가까이에서 구경할 수 있었다.
그러다 대장소가 나에게 방향을 틀었을 때는 아찔하긴 했지만,
그래도 다행히 아무탈 없이 잘 구경했다.
다시 한적한 길을 따라서 간다.
오늘도 약간 더운날씨였나보다.
양들도 햇살을 피해서 저렇게 나무아래 모여있었다.
저런 장면을 볼때면 우리보다 참 팔자가 좋아보인단 말야.
그렇게 이동할 수 있는 거리를 이동한 다음
처음으로 유료 캠핑장에 입성했다.
캠퍼밴과 텐트의 가격은 동일하다.
1인당 15 뉴질랜드달러
이럴땐 손해보는 느낌이 팍팍 들었지만,
뭐 이쪽 룰이니까..
키친을 최대한 이용해 주는 것으로 스스로 합의를 했다.
그렇게 텐트를 설치하고 씻고 잠을 편하게 잤다.
무료 캠핑장보다는 마음이 조금은 더 놓이는 기분이랄까?
장기여행이라는 것이 주는 불안감이라는 것이 있다.
소득은 사라지고 소비만으로 지속해서 유지하는 삶이고,
한국인이라면 당연히 직장에서 떨어져 나오는 시간이 길어질 수록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불안감이 마음 한편에는 존재를 하니까..
아니, 적어도 나는 그랬다.
하지만
지금은 이 여행을 어떻게 하면 더 즐겁게 지속할 수 있을까.
내일은 어디서 잘까? 내일은 어디서 뭘 먹을 수 있을까?
라는 단순한 생각이 머리속에서 더 많이 생각하게 된다.
지금 하는 걱정은 98% 해결해야 할 걱정이고,
미래에 대한 걱정은 98% 해결할 수 없는 걱정인 것이 명확히 나뉘어졌다.
불확실한 속에서 하나의 확실함을 찾았다고나 할까?
앞으로도 점점 좋아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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